[취재후] “중계방송하지 말라”…검찰 ‘속도전’에 경찰 ‘부글부글’

입력 2019.12.14 (12:01) 수정 2019.12.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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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검찰, 조사 착수 후 ‘속도전’
검찰 조사 내용 잇단 언론 보도
신중했던 경찰도 다음 주 브리핑

"중계방송하듯이 얘기하지 말고 의견서나 썼으면 좋겠다."

검찰이 지난 11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힌 이후 검찰의 조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경찰 관계자가 내놓은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8차 사건 재심에 대한 의견서를 내기 위해 조사를 하는 것"이라며 "여기에만 집중하라"고 말했다.

경찰이 격앙된 반응을 보일 만큼 검찰 조사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부터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시행된 걸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잇따른 '검찰발 보도'에 경찰이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 다음 주에 브리핑을 하겠다고 하면서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경 대립이 커지는 양상이다.


검찰, 관련자 잇따라 조사하며 '속도전'

검찰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열어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발표하더니 하루 만인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8차 사건 체모 감정 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검찰은 국과수가 윤 씨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나온 체모의 성분이 윤 씨 체모 성분과 동일한 것처럼 감정 결과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수치만 조작한 게 아니라 윤 씨 체모와 비슷한 체모를 사건 현장에서 나온 체모로 둔갑시켰다고도 덧붙였다.

국과수 감정 결과는 경찰도 수사하고 있는 내용인데, 경찰에서는 국과수와 계속 감정 결과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며, 수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었다.

검찰 조사 내용은 어제(13일)도 일부 언론에서 여러 건 보도했다. 검찰이 윤 씨를 수사했던 형사들을 조사했는데, 이들이 윤 씨를 재우지 않고 조사했다는 등 일부 가혹 행위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내용이었다.

수사 중 가혹 행위는 윤 씨 측에서 계속 주장했던 내용인데, 그동안 경찰은 윤 씨 담당 형사들을 조사했는데 가혹 행위를 부인했다고 밝혀왔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확인하지 못한 걸 검찰이 확인한 셈이다.

검찰이 감정 결과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과수 관계자도 조사했는데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러한 보도가 맞느냐는 질문에도 "확인 불가", 틀리느냐는 질문에도 "확인 불가"라고 말했다.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경찰 관련 보도에 검찰이 부인하는 촌극도

검찰 조사 내용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공식 해명을 하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한 언론은 검찰이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과수 관계자와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를 조사했는데 이 관계자들이 "경찰이 검찰이나 다른 곳에서 자료를 요구해도 절대 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였다. 여기에 덧붙여 검찰이 경찰 관계자들을 불러 왜 자료를 주면 안 된다고 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는 내용까지 있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도 국과수 관계자 등이 그러한 진술을 한 사실도 없고, 경찰 관계자를 조사할 계획도 없다고 공식 해명 자료를 냈다.


경찰 "중계방송하나" 부글부글

검찰의 조사 내용 보도는 대부분 '알려졌다' 혹은 '전해졌다'로 돼 있고, 검찰이 공식적으로 맞는다고 확인해주지는 않고 있어서 출처가 '검찰발'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다.

경찰은 그러나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 내용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이 3개월 가까이 수사한 내용이 뛰어들어 조사 내용을 흘려서 마치 경찰은 3달 가까이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무능한 조직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상황에도 크게 불쾌해 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조사가 수사권 조정 등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이춘재 사건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다음 주 중에 8차 사건 수사 내용과 관련해 브리핑할 예정이다. 경찰은 그동안 수사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는데 검찰 조사 내용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라 경찰도 이번에는 꽤 자세한 브리핑을 할 걸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만한 내용은 국과수 감정 결과 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입장이다. 국과수가 조작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경찰은 "뭘 믿고 단정적으로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조작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경찰이 아니라고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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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4 12:01:29
    • 수정2019-12-14 12:04:23
    취재후·사건후
검찰, 조사 착수 후 ‘속도전’<br />검찰 조사 내용 잇단 언론 보도<br />신중했던 경찰도 다음 주 브리핑
"중계방송하듯이 얘기하지 말고 의견서나 썼으면 좋겠다."

검찰이 지난 11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힌 이후 검찰의 조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경찰 관계자가 내놓은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8차 사건 재심에 대한 의견서를 내기 위해 조사를 하는 것"이라며 "여기에만 집중하라"고 말했다.

경찰이 격앙된 반응을 보일 만큼 검찰 조사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부터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시행된 걸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잇따른 '검찰발 보도'에 경찰이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 다음 주에 브리핑을 하겠다고 하면서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경 대립이 커지는 양상이다.


검찰, 관련자 잇따라 조사하며 '속도전'

검찰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열어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발표하더니 하루 만인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8차 사건 체모 감정 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검찰은 국과수가 윤 씨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나온 체모의 성분이 윤 씨 체모 성분과 동일한 것처럼 감정 결과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수치만 조작한 게 아니라 윤 씨 체모와 비슷한 체모를 사건 현장에서 나온 체모로 둔갑시켰다고도 덧붙였다.

국과수 감정 결과는 경찰도 수사하고 있는 내용인데, 경찰에서는 국과수와 계속 감정 결과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며, 수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었다.

검찰 조사 내용은 어제(13일)도 일부 언론에서 여러 건 보도했다. 검찰이 윤 씨를 수사했던 형사들을 조사했는데, 이들이 윤 씨를 재우지 않고 조사했다는 등 일부 가혹 행위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내용이었다.

수사 중 가혹 행위는 윤 씨 측에서 계속 주장했던 내용인데, 그동안 경찰은 윤 씨 담당 형사들을 조사했는데 가혹 행위를 부인했다고 밝혀왔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확인하지 못한 걸 검찰이 확인한 셈이다.

검찰이 감정 결과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과수 관계자도 조사했는데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러한 보도가 맞느냐는 질문에도 "확인 불가", 틀리느냐는 질문에도 "확인 불가"라고 말했다.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경찰 관련 보도에 검찰이 부인하는 촌극도

검찰 조사 내용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공식 해명을 하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한 언론은 검찰이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과수 관계자와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를 조사했는데 이 관계자들이 "경찰이 검찰이나 다른 곳에서 자료를 요구해도 절대 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였다. 여기에 덧붙여 검찰이 경찰 관계자들을 불러 왜 자료를 주면 안 된다고 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는 내용까지 있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도 국과수 관계자 등이 그러한 진술을 한 사실도 없고, 경찰 관계자를 조사할 계획도 없다고 공식 해명 자료를 냈다.


경찰 "중계방송하나" 부글부글

검찰의 조사 내용 보도는 대부분 '알려졌다' 혹은 '전해졌다'로 돼 있고, 검찰이 공식적으로 맞는다고 확인해주지는 않고 있어서 출처가 '검찰발'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다.

경찰은 그러나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 내용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이 3개월 가까이 수사한 내용이 뛰어들어 조사 내용을 흘려서 마치 경찰은 3달 가까이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무능한 조직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상황에도 크게 불쾌해 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조사가 수사권 조정 등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이춘재 사건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다음 주 중에 8차 사건 수사 내용과 관련해 브리핑할 예정이다. 경찰은 그동안 수사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는데 검찰 조사 내용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라 경찰도 이번에는 꽤 자세한 브리핑을 할 걸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만한 내용은 국과수 감정 결과 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입장이다. 국과수가 조작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경찰은 "뭘 믿고 단정적으로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조작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경찰이 아니라고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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