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주먹구구식’ 아이돌보미 연결…여가부는 그동안 뭐 했나?

입력 2019.12.09 (07:03) 수정 2019.12.0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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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보고 있으면 즐겁지만, 금액을 생각하면 '계속해야 하나?' 이 생각을 하는 거예요."

4년째 아이돌보미 일을 하는 김 모 씨는 최근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일을 얻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올해 두 달 동안 근로시간 60시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시간당 최저시급에 교통비를 제하고 30~40만 원을 손에 쥘 때, 김 씨는 자기 자신이 작아진다고 말합니다.

아이돌보미 일을 소개해주는 센터에 전화해도 일거리가 없다는 답만 듣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조카는 아이돌보미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은 일거리가 없는데 조카는 돌보미를 못 구하는 상황.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바로 돌보미와 맞벌이 가정을 연결해주는 방법이 '주먹구구'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아이돌보미 서비스 수요와 공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는 겁니다.

서비스 신청이 들어오면 센터에서 전화로 그때그때 돌보미와 가정을 연결해줍니다. 또한, 자치구 별로 센터도 달라 가까운 지역이라도 행정구역이 다르면 연결이 어렵습니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시스템 운영이 안 되니까, 한쪽에선 일이 없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돌보미 선생이 없다고 하니까… 시스템 구축하는 게 필요할 거 같고요."
(아이돌보미 김○○)


이용자는 대기기간도 모르고, 돌보미는 연차수당도 못 받아

현재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하면 지역마다 원하는 서비스(종일제와 시간제)마다 편차가 제각각입니다.

이용자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아이를 돌봐줄 아이돌보미 정보도 얻기 어렵습니다. 이용가정이 원하면 아이돌보미 이력을 전화로 따로 알려줍니다.

"센터에 문의하니 처음에 '아이돌보미 배정받으려면 2~3개월 걸린다. 그런데 이것도 운이 좋으면 1달 만에 가능하고 1~2달 더 늦어질 수 있다.'라고 불투명한 기간을 받았어요."
"더 비싸긴 하지만 사설 업체는 앱으로 돌보미의 상세한 정보와 가능한 업무까지 알려주더라고요. 서비스 질이 다르니까 사설 업체는 믿음이 가더라고요." (맞벌이가정 부모 이○○)


정부의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2007년부터 시작했지만,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사업은 확대됐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신규 돌보미가 예년보다 두 배 많은 6천 명이 늘면서 기본적인 수당도 못 받는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시스템 구축이 안됐다는 이유로 연차수당을 못 받고 있어요. 여성가족부에서는 센터에 수기로 계산해서 주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센터에선 이 많은 아이돌보미 선생님들을 수기로 계산해서 줄 수가 없다고 하고..." (아이돌보미 배○○)

아이돌보미의 월 평균 임금은 종일제 돌보미는 167만 원, 시간제 돌보미는 92만 원입니다. 아이돌보미의 80%는 시간제 돌보미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돌보미는 일감 없다는데 맞벌이 부모는 ‘발 동동’…미스매치 이유는?

정부 “다른 이슈 때문에 늦었다”…‘올해 상반기까지 구축’ 약속도 미뤄져

정부는 시스템이 없어 이용자와 돌보미 모두 불편한 상황을 인정합니다. 시행 13년째인 올해까지 해결이 안 된 이유에 대해선 그동안 다른 이슈를 해결하느라 늦어졌다고 해명합니다.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인정문제와 예산문제, 돌보미의 처우개선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올해에는 주요 이슈들이 해결되어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하지만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실시간 신청·대기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올해가 얼마 안 남은 지금까지 시스템은 없는 상황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의견 수렴에 시간이 걸렸으며, 내년 1월 중 시스템 가동을 시작한다는 입장입니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고 시작한 아이돌보미 서비스. 정작 이용자와 돌보미들의 연결하는 방법은 13년 동안 보완하지 않았습니다.

이러는 사이 전체 돌보미의 24%는 월 60시간도 채우지 못해 근로자로서 수당도 받지 못하는 박봉에 시달리고, 이용자들은 자세한 정보를 듣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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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주먹구구식’ 아이돌보미 연결…여가부는 그동안 뭐 했나?
    • 입력 2019-12-09 07:03:05
    • 수정2019-12-09 07:22:09
    취재후·사건후
"아이를 보고 있으면 즐겁지만, 금액을 생각하면 '계속해야 하나?' 이 생각을 하는 거예요."

4년째 아이돌보미 일을 하는 김 모 씨는 최근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일을 얻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올해 두 달 동안 근로시간 60시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시간당 최저시급에 교통비를 제하고 30~40만 원을 손에 쥘 때, 김 씨는 자기 자신이 작아진다고 말합니다.

아이돌보미 일을 소개해주는 센터에 전화해도 일거리가 없다는 답만 듣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조카는 아이돌보미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은 일거리가 없는데 조카는 돌보미를 못 구하는 상황.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바로 돌보미와 맞벌이 가정을 연결해주는 방법이 '주먹구구'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아이돌보미 서비스 수요와 공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는 겁니다.

서비스 신청이 들어오면 센터에서 전화로 그때그때 돌보미와 가정을 연결해줍니다. 또한, 자치구 별로 센터도 달라 가까운 지역이라도 행정구역이 다르면 연결이 어렵습니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시스템 운영이 안 되니까, 한쪽에선 일이 없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돌보미 선생이 없다고 하니까… 시스템 구축하는 게 필요할 거 같고요."
(아이돌보미 김○○)


이용자는 대기기간도 모르고, 돌보미는 연차수당도 못 받아

현재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하면 지역마다 원하는 서비스(종일제와 시간제)마다 편차가 제각각입니다.

이용자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아이를 돌봐줄 아이돌보미 정보도 얻기 어렵습니다. 이용가정이 원하면 아이돌보미 이력을 전화로 따로 알려줍니다.

"센터에 문의하니 처음에 '아이돌보미 배정받으려면 2~3개월 걸린다. 그런데 이것도 운이 좋으면 1달 만에 가능하고 1~2달 더 늦어질 수 있다.'라고 불투명한 기간을 받았어요."
"더 비싸긴 하지만 사설 업체는 앱으로 돌보미의 상세한 정보와 가능한 업무까지 알려주더라고요. 서비스 질이 다르니까 사설 업체는 믿음이 가더라고요." (맞벌이가정 부모 이○○)


정부의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2007년부터 시작했지만,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사업은 확대됐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신규 돌보미가 예년보다 두 배 많은 6천 명이 늘면서 기본적인 수당도 못 받는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시스템 구축이 안됐다는 이유로 연차수당을 못 받고 있어요. 여성가족부에서는 센터에 수기로 계산해서 주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센터에선 이 많은 아이돌보미 선생님들을 수기로 계산해서 줄 수가 없다고 하고..." (아이돌보미 배○○)

아이돌보미의 월 평균 임금은 종일제 돌보미는 167만 원, 시간제 돌보미는 92만 원입니다. 아이돌보미의 80%는 시간제 돌보미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돌보미는 일감 없다는데 맞벌이 부모는 ‘발 동동’…미스매치 이유는?

정부 “다른 이슈 때문에 늦었다”…‘올해 상반기까지 구축’ 약속도 미뤄져

정부는 시스템이 없어 이용자와 돌보미 모두 불편한 상황을 인정합니다. 시행 13년째인 올해까지 해결이 안 된 이유에 대해선 그동안 다른 이슈를 해결하느라 늦어졌다고 해명합니다.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인정문제와 예산문제, 돌보미의 처우개선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올해에는 주요 이슈들이 해결되어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하지만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실시간 신청·대기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올해가 얼마 안 남은 지금까지 시스템은 없는 상황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의견 수렴에 시간이 걸렸으며, 내년 1월 중 시스템 가동을 시작한다는 입장입니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고 시작한 아이돌보미 서비스. 정작 이용자와 돌보미들의 연결하는 방법은 13년 동안 보완하지 않았습니다.

이러는 사이 전체 돌보미의 24%는 월 60시간도 채우지 못해 근로자로서 수당도 받지 못하는 박봉에 시달리고, 이용자들은 자세한 정보를 듣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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