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원유철·유승민’…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입력 2019.11.12 (19: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표님 자꾸 월권적인 발언을 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통합추진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습니다...유 의원과 속 깊은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12일 오전, 한국당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문자 메시지 때문입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 토론, 미래 : 대안 찾기' 토론회 도중 일어난 일입니다. 토론회장에서 권성동 의원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황교안 대표에게 11일 보낸 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된 겁니다.

"그쪽(변혁)에서 요구한 사람이라 무리 없이 잘 진행할 것이다."

그로부터 서너 시간 뒤 황교안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12일 한국당의 수도권과 충청권 중진 의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원유철 의원도 있는 자리였는데, 심재철 의원이 원 의원의 통합추진단장 내정이 부적절하다고 하자, 황 대표가 보수통합의 성공을 강조하며 이처럼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원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뒷모습)가 12일 원유철 의원(왼쪽) 등 수도권과 충청권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뒷모습)가 12일 원유철 의원(왼쪽) 등 수도권과 충청권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보수 통합추진단장 '원유철'에 대한 상반된 시선

사실 황 대표가 리더십 위기 돌파의 카드로 꺼내든 '보수 대통합' 선언 이후, 한국당은 고민했습니다. 우파가 한데 뭉쳐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탄핵의 강'을 건너기엔 지나온 길의 반목이 너무 컸기 때문에, 변혁과 원만하게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창구는 절실했습니다. 심사숙고해 보수 통합 추진단장으로 고른 선택이 원 의원이었던 건데요.

5선의 원유철 의원(경기 평택갑). 바른미래당 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은 물론 우리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와도 과거에 호흡을 맞춰 봤기 때문에, 통합 논의 과정에서 다선 의원으로서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원 의원은 11일 KBS와의 통화에서도 "제가 원내대표 시절 부대표들이 변혁에 많고, 조원진 의원은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였다"며 "시작이 반이다. 처음부터 고속도로가 될 순 없지만, 얘기가 잘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변혁, "대화하지 말자는 것...쇼에 불과"

그렇다면, 대화 상대인 변혁 측 반응은 어떨까요? 한국당 또는 황 대표의 바람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변혁의 한 의원의 답은 분명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쫓겨났을 때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거야. 이건 대화하지 말자는 거지. 진정성도 없고...저건 쇼야. 물밑 협상하는 사람은 드러나면 안 돼. 한국당이 통합 의지가 있다면 3대 원칙에 대해 우선 답하면 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유우파 통합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유우파 통합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권성동 의원의 지적에 한국당 내 비박계 의원들도 대체로 뜻을 같이합니다. 심지어 친박계 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친박계 한 의원은 탄핵과 분당 사태 과정에서 원유철 의원의 행보를 이유로, 유승민 의원이 원 의원을 배신자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황 대표가 큰 실책을 했다는 게 원유철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과거를 아는 인사들의 종합적인 의견입니다.

박근혜가 찍은 '배신자'…유승민

그렇다면 유승민·원유철 의원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시간을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께서 심판해주셔야 합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2015년 6월 25일)


노기가 서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 발언, 기억하실 겁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때 대표 비서실장이자, 당시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 '배신자'로 콕 낙인찍었기 때문입니다. 2015년 4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을 비판한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 이후, 당·청 관계는 위태위태했습니다. 그러다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같은 해 5월 본회의를 통과하자 결국 폭발한 겁니다.

유승민 "내 등을 칼로 찌른 아픔을 느꼈다"

유 의원의 사과도 소용 없었습니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박계와 유 의원 편에 선 비박계 간 갈등만 더 노골화됐습니다. 결국 유 의원은 '배신의 정치' 발언이 나온 지 13일 만에 사퇴했습니다. '사퇴의 변'에서조차 유 의원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제1항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을 겨냥했습니다. 그 덕에 '소신의 정치인'이라는 별칭도 얻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내 등을 칼로 찌른 아픔을 느꼈다...무엇이 배신의 정치인가. 진실을 말한 게 배신인가. 인사가 잘못됐다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새누리당이라는 이상한 당명에 찬성할 수 없다고…이런 것들을 지적한 게 과연 배신인가"
- 유승민 저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중


2015년 5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에에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2015년 5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에에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유승민 대신 전면에 나선 '러닝메이트' 원유철

그리고 전면에 나선 인물, 원내대표였던 유 의원의 '러닝메이트' 원유철 당시 정책위의장입니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새 원내대표로 원유철 의원을 밀었고, 원 의원은 결국 정책위의장에서 원내대표로 직함을 바꿨습니다. 이를 두고 비박계, 특히 '변혁' 의원들은 '원유철이 유승민 등에 칼을 꽂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원내대표가 된 원 의원의 일성은 당·정·청 관계 회복이었습니다.

"당·정·청은 삼위일체, 한 몸입니다...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야만 대한민국이 성공할 수 있고 우리 새누리당의 미래도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 없이는 내년 총선과 정권 재창출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 원유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당선 인사(2015년 7월 14일)


'친박'이 아닌 '신(새로운)박'을 자처하며 원내대표로 종횡무진했던 원 의원. 2016년 3월 당시 20대 공천을 둘러싸고 유승민 의원과 다시 한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평가됩니다.

'원유철, 유승민에게 공천 줘선 안 돼'

20대 총선의 한국당 공천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앞장섰습니다. 2016년 3월 18일, 한밤중에 최고위원회의가 열렸습니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사이에 고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유승민 의원 등 몇몇 인물의 공천 때문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당시 김무성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장성철 '공감과 논쟁 센터 소장'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친박 최고위원들은 김무성 대표를 둘러싸고, 유승민 등의 공천 탈락과 청와대 뜻대로의 공천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 이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람이 원유철 원내대표였다. 그는 대표에게 "당신이 나에게 이럴 수 있어!"라며 반말로 목청을 높였고, 그 소리가 회의장 문밖까지 들렸다. 이날은 유승민 의원이 탈당을 밝힌 날이다...유승민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그리고 유승민과 원내 지도부를 함께 했던 그 원유철이 유승민에게 공천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장성철 저, '보수의 민낯, 도전 2022' 중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시간은 흐르고 흘러, 한 지붕 한 가족은 세 가족이 됐습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변혁', 그리고 우리공화당까지. 총선을 앞두고, 이 세 가족이 다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말처럼 하나로 뭉치는 과정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 회의에서 원유철 당 북핵외교안보특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 회의에서 원유철 당 북핵외교안보특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그쪽에서 요구한 사람'이라며 원유철 의원을 보수 통합추진단장에 내정했습니다. 여기서 그쪽은 변혁입니다. 그러나 변혁 측 반응은 '황 대표가 보고를 잘못 받은 듯하다'고 반응했습니다.원 의원에 대해 '혁신과 거꾸로 가는 인물, 될 일도 안 되게 하는 사람'이라는 거센 표현까지 곁들였습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변혁 측의 기류는 전달받았다면서, 변혁이 아닌 다른 세력과도 보수통합을 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원 의원을 다른 인물로 교체하진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유승민, 원유철 의원. 그리고 한국당과 '변혁' 그리고 우리공화당...현재로서는 서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심야심] ‘원유철·유승민’…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 입력 2019-11-12 19:49:11
    여심야심
"대표님 자꾸 월권적인 발언을 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통합추진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습니다...유 의원과 속 깊은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12일 오전, 한국당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문자 메시지 때문입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 토론, 미래 : 대안 찾기' 토론회 도중 일어난 일입니다. 토론회장에서 권성동 의원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황교안 대표에게 11일 보낸 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된 겁니다.

"그쪽(변혁)에서 요구한 사람이라 무리 없이 잘 진행할 것이다."

그로부터 서너 시간 뒤 황교안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12일 한국당의 수도권과 충청권 중진 의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원유철 의원도 있는 자리였는데, 심재철 의원이 원 의원의 통합추진단장 내정이 부적절하다고 하자, 황 대표가 보수통합의 성공을 강조하며 이처럼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원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뒷모습)가 12일 원유철 의원(왼쪽) 등 수도권과 충청권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보수 통합추진단장 '원유철'에 대한 상반된 시선

사실 황 대표가 리더십 위기 돌파의 카드로 꺼내든 '보수 대통합' 선언 이후, 한국당은 고민했습니다. 우파가 한데 뭉쳐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탄핵의 강'을 건너기엔 지나온 길의 반목이 너무 컸기 때문에, 변혁과 원만하게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창구는 절실했습니다. 심사숙고해 보수 통합 추진단장으로 고른 선택이 원 의원이었던 건데요.

5선의 원유철 의원(경기 평택갑). 바른미래당 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은 물론 우리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와도 과거에 호흡을 맞춰 봤기 때문에, 통합 논의 과정에서 다선 의원으로서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원 의원은 11일 KBS와의 통화에서도 "제가 원내대표 시절 부대표들이 변혁에 많고, 조원진 의원은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였다"며 "시작이 반이다. 처음부터 고속도로가 될 순 없지만, 얘기가 잘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변혁, "대화하지 말자는 것...쇼에 불과"

그렇다면, 대화 상대인 변혁 측 반응은 어떨까요? 한국당 또는 황 대표의 바람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변혁의 한 의원의 답은 분명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쫓겨났을 때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거야. 이건 대화하지 말자는 거지. 진정성도 없고...저건 쇼야. 물밑 협상하는 사람은 드러나면 안 돼. 한국당이 통합 의지가 있다면 3대 원칙에 대해 우선 답하면 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유우파 통합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권성동 의원의 지적에 한국당 내 비박계 의원들도 대체로 뜻을 같이합니다. 심지어 친박계 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친박계 한 의원은 탄핵과 분당 사태 과정에서 원유철 의원의 행보를 이유로, 유승민 의원이 원 의원을 배신자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황 대표가 큰 실책을 했다는 게 원유철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과거를 아는 인사들의 종합적인 의견입니다.

박근혜가 찍은 '배신자'…유승민

그렇다면 유승민·원유철 의원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시간을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께서 심판해주셔야 합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2015년 6월 25일)


노기가 서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 발언, 기억하실 겁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때 대표 비서실장이자, 당시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 '배신자'로 콕 낙인찍었기 때문입니다. 2015년 4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을 비판한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 이후, 당·청 관계는 위태위태했습니다. 그러다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같은 해 5월 본회의를 통과하자 결국 폭발한 겁니다.

유승민 "내 등을 칼로 찌른 아픔을 느꼈다"

유 의원의 사과도 소용 없었습니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박계와 유 의원 편에 선 비박계 간 갈등만 더 노골화됐습니다. 결국 유 의원은 '배신의 정치' 발언이 나온 지 13일 만에 사퇴했습니다. '사퇴의 변'에서조차 유 의원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제1항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을 겨냥했습니다. 그 덕에 '소신의 정치인'이라는 별칭도 얻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내 등을 칼로 찌른 아픔을 느꼈다...무엇이 배신의 정치인가. 진실을 말한 게 배신인가. 인사가 잘못됐다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새누리당이라는 이상한 당명에 찬성할 수 없다고…이런 것들을 지적한 게 과연 배신인가"
- 유승민 저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중


2015년 5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에에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유승민 대신 전면에 나선 '러닝메이트' 원유철

그리고 전면에 나선 인물, 원내대표였던 유 의원의 '러닝메이트' 원유철 당시 정책위의장입니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새 원내대표로 원유철 의원을 밀었고, 원 의원은 결국 정책위의장에서 원내대표로 직함을 바꿨습니다. 이를 두고 비박계, 특히 '변혁' 의원들은 '원유철이 유승민 등에 칼을 꽂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원내대표가 된 원 의원의 일성은 당·정·청 관계 회복이었습니다.

"당·정·청은 삼위일체, 한 몸입니다...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야만 대한민국이 성공할 수 있고 우리 새누리당의 미래도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 없이는 내년 총선과 정권 재창출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 원유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당선 인사(2015년 7월 14일)


'친박'이 아닌 '신(새로운)박'을 자처하며 원내대표로 종횡무진했던 원 의원. 2016년 3월 당시 20대 공천을 둘러싸고 유승민 의원과 다시 한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평가됩니다.

'원유철, 유승민에게 공천 줘선 안 돼'

20대 총선의 한국당 공천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앞장섰습니다. 2016년 3월 18일, 한밤중에 최고위원회의가 열렸습니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사이에 고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유승민 의원 등 몇몇 인물의 공천 때문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당시 김무성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장성철 '공감과 논쟁 센터 소장'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친박 최고위원들은 김무성 대표를 둘러싸고, 유승민 등의 공천 탈락과 청와대 뜻대로의 공천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 이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람이 원유철 원내대표였다. 그는 대표에게 "당신이 나에게 이럴 수 있어!"라며 반말로 목청을 높였고, 그 소리가 회의장 문밖까지 들렸다. 이날은 유승민 의원이 탈당을 밝힌 날이다...유승민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그리고 유승민과 원내 지도부를 함께 했던 그 원유철이 유승민에게 공천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장성철 저, '보수의 민낯, 도전 2022' 중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시간은 흐르고 흘러, 한 지붕 한 가족은 세 가족이 됐습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변혁', 그리고 우리공화당까지. 총선을 앞두고, 이 세 가족이 다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말처럼 하나로 뭉치는 과정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 회의에서 원유철 당 북핵외교안보특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그쪽에서 요구한 사람'이라며 원유철 의원을 보수 통합추진단장에 내정했습니다. 여기서 그쪽은 변혁입니다. 그러나 변혁 측 반응은 '황 대표가 보고를 잘못 받은 듯하다'고 반응했습니다.원 의원에 대해 '혁신과 거꾸로 가는 인물, 될 일도 안 되게 하는 사람'이라는 거센 표현까지 곁들였습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변혁 측의 기류는 전달받았다면서, 변혁이 아닌 다른 세력과도 보수통합을 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원 의원을 다른 인물로 교체하진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유승민, 원유철 의원. 그리고 한국당과 '변혁' 그리고 우리공화당...현재로서는 서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