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배송비 2천5백 원, ‘택배기사’에겐 얼마나 갈까?

입력 2019.11.12 (15:34) 수정 2019.11.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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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건 당 8백 원 수준'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샀다. 배송비는 2천5백 원. 옷은 저렴하게 잘 산 것 같은데 이상하게 배송비는 아까운 기분이 든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중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몫은 얼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당 8백 원 수준이다. '건당 8백 원'을 둘러싼 택배업계의 내홍을 들여다본다.

택배기사의 업무, '배송'과 '집화'

택배기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업무로는 '배달'이 있다. 지역 터미널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택배를 가져다주는 업무다. '건당 8백 원'은 이런 배달로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몫이다.

택배기사에겐 또 다른 업무가 있다. 바로 '집화'다.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에 옷을 주문하면, 그 쇼핑몰에서는 옷을 포장해 택배기사에게 주고, 택배기사는 이걸 터미널로 옮기는데, 이게 바로 집화 업무다. 집화를 하면 택배기사에겐 건당 4백 원 정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대략 따져보면, 택배비 2천5백 원 가운데 배달비 8백 원과 집화비 4백 원이 각각 다른 택배기사에게 가는 셈이다. 택배사업체는 택배기사 몫의 배달비와 집화비를 떼어주고, 남은 돈으로 상하차와 운송 등의 비용을 부담한다. 택배비엔 쇼핑몰에서 옷을 포장하는 등의 비용도 포함된다.


택배사업체와 택배기사를 이어주는 다리, '대리점'

택배사업체가 택배기사에게 배달수수료와 집화수수료를 정산해줄 때, 둘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바로 '대리점'이다.

택배사업체에서 기사들의 배달·집화수수료를 대리점에 주면, 대리점에서는 자신 몫의 수수료를 떼어가고 나머지를 기사들에게 전달한다. 대리점의 수수료율은 낮게는 5%에서 많게는 50%까지 천차만별이다. 대리점측이 수수료율을 정하고, 기사는 이에 따르는 것이 업계 관행이다.

2016년 CJ대한통운택배기사 실태조사를 보면, 택배사업체에서 대리점에게 건네는 배달수수료는 건당 820~880원이고, 이 가운데 대리점 수수료를 제외하고 택배기사에게 건네지는 수수료는 620~780원 정도라고 한다.


'천차만별 수수료', "개선해야" VS "존중해야"

이 '대리점 수수료'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택배기사들은 "천차만별인 대리점 수수료율이 납득이 안 간다"고 토로한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김경환 씨는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5%, 누구는 20%의 수수료율을 떼이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감히 대리점에 이 이야기를 대놓고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김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리점에) 이야기하면 불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못 하고 참고 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불이익이라고 하면...해고죠."

그렇다면 택배기사가 수수료율이 적은 곳을 옮기면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해 한 택배기사는 "일단 인기있는 구역은 자리가 잘 안 난다. 또 자기가 일했던 지역이 익숙하기 때문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리점 측은 지역별 특성에 따라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대리점이 일하는 방식에 따라 변한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의 성장에 따라 자연스레 태어난 대리점의 수수료율을 이제와서 일률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좋은 집화 거래처가 있거나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은 택배기사 일이 수월하다. 이런 특성에 따라 대리점에서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의 지위도 쟁점이다. 현행법상 택배기사는 '노동자'보다 '사업자'에 가깝다. 최근 노조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택배사업체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각 개인사업자인 '대리점'과 '택배기사'의 사적 계약을 법적으로 제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2025년엔 드론 택배 상용화한다는데"…택배업계 고민

로드맵을 밝혔다. 택시업계가 무인자동차의 등장으로 위협받는 것처럼, 드론이 택배를 배달한다면 택배기사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달동네 좁은 골목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건물을 오르내리는 택배 아저씨들. '건당 8백 원'에 한숨을 쉬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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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배송비 2천5백 원, ‘택배기사’에겐 얼마나 갈까?
    • 입력 2019-11-12 15:34:45
    • 수정2019-11-12 16:13:06
    취재후·사건후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 당 8백 원 수준'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샀다. 배송비는 2천5백 원. 옷은 저렴하게 잘 산 것 같은데 이상하게 배송비는 아까운 기분이 든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중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몫은 얼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당 8백 원 수준이다. '건당 8백 원'을 둘러싼 택배업계의 내홍을 들여다본다.

택배기사의 업무, '배송'과 '집화'

택배기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업무로는 '배달'이 있다. 지역 터미널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택배를 가져다주는 업무다. '건당 8백 원'은 이런 배달로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몫이다.

택배기사에겐 또 다른 업무가 있다. 바로 '집화'다.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에 옷을 주문하면, 그 쇼핑몰에서는 옷을 포장해 택배기사에게 주고, 택배기사는 이걸 터미널로 옮기는데, 이게 바로 집화 업무다. 집화를 하면 택배기사에겐 건당 4백 원 정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대략 따져보면, 택배비 2천5백 원 가운데 배달비 8백 원과 집화비 4백 원이 각각 다른 택배기사에게 가는 셈이다. 택배사업체는 택배기사 몫의 배달비와 집화비를 떼어주고, 남은 돈으로 상하차와 운송 등의 비용을 부담한다. 택배비엔 쇼핑몰에서 옷을 포장하는 등의 비용도 포함된다.


택배사업체와 택배기사를 이어주는 다리, '대리점'

택배사업체가 택배기사에게 배달수수료와 집화수수료를 정산해줄 때, 둘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바로 '대리점'이다.

택배사업체에서 기사들의 배달·집화수수료를 대리점에 주면, 대리점에서는 자신 몫의 수수료를 떼어가고 나머지를 기사들에게 전달한다. 대리점의 수수료율은 낮게는 5%에서 많게는 50%까지 천차만별이다. 대리점측이 수수료율을 정하고, 기사는 이에 따르는 것이 업계 관행이다.

2016년 CJ대한통운택배기사 실태조사를 보면, 택배사업체에서 대리점에게 건네는 배달수수료는 건당 820~880원이고, 이 가운데 대리점 수수료를 제외하고 택배기사에게 건네지는 수수료는 620~780원 정도라고 한다.


'천차만별 수수료', "개선해야" VS "존중해야"

이 '대리점 수수료'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택배기사들은 "천차만별인 대리점 수수료율이 납득이 안 간다"고 토로한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김경환 씨는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5%, 누구는 20%의 수수료율을 떼이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감히 대리점에 이 이야기를 대놓고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김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리점에) 이야기하면 불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못 하고 참고 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불이익이라고 하면...해고죠."

그렇다면 택배기사가 수수료율이 적은 곳을 옮기면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해 한 택배기사는 "일단 인기있는 구역은 자리가 잘 안 난다. 또 자기가 일했던 지역이 익숙하기 때문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리점 측은 지역별 특성에 따라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대리점이 일하는 방식에 따라 변한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의 성장에 따라 자연스레 태어난 대리점의 수수료율을 이제와서 일률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좋은 집화 거래처가 있거나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은 택배기사 일이 수월하다. 이런 특성에 따라 대리점에서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의 지위도 쟁점이다. 현행법상 택배기사는 '노동자'보다 '사업자'에 가깝다. 최근 노조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택배사업체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각 개인사업자인 '대리점'과 '택배기사'의 사적 계약을 법적으로 제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2025년엔 드론 택배 상용화한다는데"…택배업계 고민

로드맵을 밝혔다. 택시업계가 무인자동차의 등장으로 위협받는 것처럼, 드론이 택배를 배달한다면 택배기사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달동네 좁은 골목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건물을 오르내리는 택배 아저씨들. '건당 8백 원'에 한숨을 쉬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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