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병든 새우’④ 새우 흑사병…호주와 한국의 대응은 천지 차이

입력 2019.09.11 (14:24) 수정 2019.09.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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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새우 양식장은 외래 질병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1991년 간췌장파보바이러스, 1993년 흰반점병, 2005년 전염성 피하 및 조혈기 괴사증, 2015년 전염성근괴사증, 2016년 급성간췌장괴사병 등이다. 모두 교역 과정에서 새우와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래 질병에 대해 정부가 위험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검역했다면 유입을 막을 수 있었다. 비록 위험 인지가 늦어 발병한 뒤라도 박멸에 노력했다면 재발이나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위험 평가를 하고도 검역하지 않고, 발병해도 박멸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 항상 뒷북에 팔짱만 끼고 있다.

2016년 호주에서 발생한 흰반점병, photo by Simon Barry, DAF Queensland 2016년 호주에서 발생한 흰반점병, photo by Simon Barry, DAF Queensland

반면, 호주 정부의 대처는 우리와 달랐다. 호주에서는 2016년 퀸즐랜드 주에서 흰반점병이 유행했다. 당시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신속히 대응했다. 발병지역에서 반경 100km 이내의 갑각류 반출을 차단해 피해 확산을 막았다. 우리처럼 발병 양식장에 노란 줄만 두르는 수준이 아니었다. 대신 피해 양식장이 문을 닫고, 지역 경제와 고용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상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조리하지 않은 새우 수입을 잠정 중단해 병원체의 추가 유입을 막았고, 전파 경로와 기존 검역의 한계를 검토해 모든 컨테이너를 정밀검사하도록 검역 방식까지 바꿨다.

■ 퀸즐랜드를 덮친 새우 흑사병

헤엄칠 힘을 잃고 못 가장자리로 밀려온 폐사 직전의 새우헤엄칠 힘을 잃고 못 가장자리로 밀려온 폐사 직전의 새우

새우를 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갈매기 떼새우를 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갈매기 떼

새우가 물 위로 떴다. 헤엄칠 힘이 없거나 이미 죽은 녀석들은 연못 가장자리로 밀렸다. 새가 잔칫상을 지나칠 리 없었다. 새우를 낚아채기 시작했다. 입맛 까다로운 놈들은 죽은 새우가 맛이 없는지 다른 연못에 떨어뜨려 버렸다. 로건 강을 따라 유행하던 흰반점병이 양식장을 덮친 날이었다. 관리자인 앨리스터 딕 입장에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었다. 2016년 12월 28일 골드 코스트 양식장은 5번째 감염지(5th Infection Property, 이하 5IP)가 됐다.


"한두 개의 못에서 2016년 12월 중하순부터 첫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죠.
그리고 다른 새우 질병처럼 새우가 (못의) 모서리에서 발견됐죠."

"퀸즐랜드의 경우 뉴사우스웨일스주 경계부터 선샤인 코스트까지 거리가 약 100km 정도 되는데,
이 지역에서 모든 갑각류를 반출할 수 없게 했습니다."

- 앨리스터 딕, 호주 골드코스트 새우 양식장 관리자

골드 코스트 양식장에서 로건 강을 따라 7km를 거슬러 올라가면 첫 번째 감염지가 나온다. 첫 번째 감염지(1IP)에서는 11월 22일 흰반점병이 발견됐고, 12월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골드 코스트 양식장은 수질관리를 위해 물을 갈아야 했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3주를 기다렸다. 한계에 이르자 흰반점병 검사를 받았고, 22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직원들은 그날부터 로건 강에서 54,450톤의 물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1주일 만에 흰반점병이 발병했다.

흰반점병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해 호주 정부가 쏟아부은 염소는 6백만 리터흰반점병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해 호주 정부가 쏟아부은 염소는 6백만 리터

12월 29일 저녁부터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작업을 시작했다. 수확도 못 했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 연못에는 바로 염소를 주입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는 긴급 수확에 들어갔다.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이식한 새우여서 겨우 석 달을 키운 셈이었다. 새우를 건진 뒤에는 염소를 5톤씩 쏟아부었다. 골드 코스트는 이후 2년 동안 양식장은 물론 부화장까지 폐쇄했다.


"이국적인 병이 발병했기 때문에 정부는 빠르고 무자비하게 대처했죠.
2016년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해 염소 수백만 리터를 썼습니다."

"손해 금액이 3천만 달러 정도 된다고 해요.
어떤 사람들은 손해액이 더 돼서 5천만 달러까지 손해 봤을 거라고 해요."

- 앨리스터 딕, 호주 골드코스트 새우 양식장 관리자

■ 양식 농어민의 피해와 호주 정부의 대응
퀸즐랜드 주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11월 30일 연방정부에 보고했다. 확진 판정을 발표하기 하루 전이었다. 이날부터 염소 소독을 시작했다. 출입제한 구역도 설정했다. 이후 전염병이 확산하자 새우 이동을 금지하는 조치도 시행했다.

전파경로도 추적했다. 조사는 어미 새우에서 시작된 수직감염부터 생물학 테러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수입 새우, 특히 낚시용 미끼 새우를 감염원으로 지목했다. 인근에서 취미로 낚시하던 사람들이 쓴 미끼 새우에서 흰반점병 바이러스(WSSV)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주정부는 미끼 새우를 통해 WSSV가 로건 강에 유입됐고, 다시 양식장까지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정부에서 확인한 결과 (수입)새우의 60%에서 흰반점 바이러스가 나왔습니다.
수입을 통해 (병원체가) 호주로 들어왔다는 근거는 압도적이었습니다."

- 앨리스터 딕, 호주 골드코스트 새우 양식장 관리자

"슈퍼마켓에서 미끼로 판매한 새우가 흰반점병을 전파했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미끼용 새우에 있던 흰반점병 바이러스가 환경으로 전파되고, 양식장에서 질병을 일으킨 거죠."

- 케로드 비티,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 관계자

호주 연방정부도 질병 통제를 정부의 몫으로 보고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질병 확진 한 달 만에, 익히지 않은 새우 수입을 중단한 게 대표적이다. 흰반점병이 국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문회와 수사를 통해 수입 업체와 관리 책임자를 기소했다. 반년 뒤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는 검역을 대폭 강화했다.

연방정부는 수입중단을 발표할 때쯤 피해 농어민 지원책도 발표했다. 당시 호주 정부 추산 피해 규모는 우리 돈 4백억 원에 달했다. 양식 농어민의 직접 피해만 2백억 원 규모였다. 더불어 양식장에서 일하던 백 2십여 명의 고용 감소가 우려됐다. 이에 호주 정부는 백 5십억 원 정도를 보상하기로 했다. 이 보상금 덕분에 앨리스터 딕을 비롯해 골드 코스트 양식장 직원들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골드 코스트는 2년 만에 새우 양식을 재개했고, 올해 5월 새우 450톤을 수확했다.

■ 카타이 작전과 검역 강화

당시 호주 정부가 발간한 보고서에는 주목할 부분이 있다. 2016년 3월부터 진행한 카타이 작전(Operation Cattai)이다. 수입검역을 교묘하게 우회하는 수입업자를 잡아내는 게 목적이었다.

작전 1단계는 KBS 탐사보도부의 새우 질병 검사와 유사했다. 유통 중인 새우의 안정성에 의문을 갖고 접근했다. 검역관들은 시드니와 멜버른, 브리즈번의 도소매상 30곳에서 조리하지 않은 새우를 구매해 검사했다. 검체는 63개로 60개는 아시아산 흰다리새우, 3개는 호주산으로 추정되는 홍다리얼룩새우였다. 이 가운데 86%인 검체 54개에서 흰반점병 바이러스(WSSV)가 검출됐다. 심지어 WSSV가 나온 검체 중 7개는 양념한 새우였다.

2단계는 검역의 적절성에 의문을 갖고 접근했다. 당시 수입된 컨테이너 중 160개는 기존 방식대로 창고에 풀어놓고 검역했다. 나머지 54개는 컨테이너를 봉인한 상태에서 검역관이 열고 검역했다. 기존 방식으로 검역한 160개 가운데 WSSV가 검출된 건 24개로 15%에 불과했다. 반면, 컨테이너째 검사했더니 54개 가운데 31개에서 WSSV가 나왔다. 부적합 비율이 57%로 기존 방식의 4배 가까이 됐다.

기존 검역방식 실패했던 이유는 수입업자와 검역방식 모두에 있었다. 수입업자들은 검역을 방해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KBS가 추적했던 '커튼 치기'처럼 음성인 검체를 제출하기도 하고, 아예 호주산 새우를 수입새우로 속여 제출한 수입업자도 있었다. 또, 검역관 혼자 영하 20~30도의 냉동 창고에서 30분 남짓 임상검사 하는 방식도 문제였다. 당시 보고서는 최소 2명의 검역관이 4시간 이상 검역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호주 정부는 카타이 작전의 교훈을 바탕으로 검역 규정을 강화했다. 조리하지 않은 활새우와 냉장새우, 냉동새우, 양념새우를 조리하지 않은 새우로 규정하고,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흰반점병 바이러스(WSSV)와 노랑머리병 바이러스(YHV)에 대한 수출검역을 하도록 규정했다. 또, 조리하지 않은 새우는 호주에 수입된 뒤 전량 컨테이너째 WSSV와 YHV 검사를 받도록 했다.


"호주 정부의 검역 담당자가 올 때까지 컨테이너의 봉인을 뜯지 않습니다.
담당자가 오면 그가 직접 봉인을 풀고, 문을 열고, 검체를 수집합니다."

"누구든 마약처럼 무언가 숨기고 싶다면 컨테이너 중간이나 뒤쪽에 숨기겠죠.
(그렇지만,) 검역관들은 모든 상자를 끄집어내 검체를 수집합니다."

- 케로드 비티,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 관계자

■ 검역·방역에서도 '적극행정' 필요

지난 나흘 동안 KBS가 시사기획 창, 9시 뉴스, 디지털 전용기사로 보도한 우리 정부의 대응과 비교하면, 호주 정부의 새우 흑사병에 대한 대응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검역과 방역 책임이 정부에 있고, 발생한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표어로만 '적극행정'을 외칠 뿐이다. 앞선 기사에서 밝혔듯이 정부는 어민 피해가 내리 3년 동안 발생하고 나서야 급성간췌장괴사병을 검역 대상 질병에 지정할 움직임을 보였다. 흰반점병 같은 기존 검역 대상마저도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허점을 드러냈다. 게다가 돌림병이 창궐해도 보상이나 보험이 안 돼 방역의 출발이 되는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외래 질병과 질병의 토착화로 양식 어민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축산 농가와 달리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양식 어가는 '소극행정'만 마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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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병든 새우’④ 새우 흑사병…호주와 한국의 대응은 천지 차이
    • 입력 2019-09-11 14:24:32
    • 수정2019-09-11 14:45:56
    탐사K
우리 새우 양식장은 외래 질병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1991년 간췌장파보바이러스, 1993년 흰반점병, 2005년 전염성 피하 및 조혈기 괴사증, 2015년 전염성근괴사증, 2016년 급성간췌장괴사병 등이다. 모두 교역 과정에서 새우와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래 질병에 대해 정부가 위험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검역했다면 유입을 막을 수 있었다. 비록 위험 인지가 늦어 발병한 뒤라도 박멸에 노력했다면 재발이나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위험 평가를 하고도 검역하지 않고, 발병해도 박멸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 항상 뒷북에 팔짱만 끼고 있다.

2016년 호주에서 발생한 흰반점병, photo by Simon Barry, DAF Queensland
반면, 호주 정부의 대처는 우리와 달랐다. 호주에서는 2016년 퀸즐랜드 주에서 흰반점병이 유행했다. 당시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신속히 대응했다. 발병지역에서 반경 100km 이내의 갑각류 반출을 차단해 피해 확산을 막았다. 우리처럼 발병 양식장에 노란 줄만 두르는 수준이 아니었다. 대신 피해 양식장이 문을 닫고, 지역 경제와 고용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상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조리하지 않은 새우 수입을 잠정 중단해 병원체의 추가 유입을 막았고, 전파 경로와 기존 검역의 한계를 검토해 모든 컨테이너를 정밀검사하도록 검역 방식까지 바꿨다.

■ 퀸즐랜드를 덮친 새우 흑사병

헤엄칠 힘을 잃고 못 가장자리로 밀려온 폐사 직전의 새우
새우를 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갈매기 떼
새우가 물 위로 떴다. 헤엄칠 힘이 없거나 이미 죽은 녀석들은 연못 가장자리로 밀렸다. 새가 잔칫상을 지나칠 리 없었다. 새우를 낚아채기 시작했다. 입맛 까다로운 놈들은 죽은 새우가 맛이 없는지 다른 연못에 떨어뜨려 버렸다. 로건 강을 따라 유행하던 흰반점병이 양식장을 덮친 날이었다. 관리자인 앨리스터 딕 입장에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었다. 2016년 12월 28일 골드 코스트 양식장은 5번째 감염지(5th Infection Property, 이하 5IP)가 됐다.


"한두 개의 못에서 2016년 12월 중하순부터 첫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죠.
그리고 다른 새우 질병처럼 새우가 (못의) 모서리에서 발견됐죠."

"퀸즐랜드의 경우 뉴사우스웨일스주 경계부터 선샤인 코스트까지 거리가 약 100km 정도 되는데,
이 지역에서 모든 갑각류를 반출할 수 없게 했습니다."

- 앨리스터 딕, 호주 골드코스트 새우 양식장 관리자

골드 코스트 양식장에서 로건 강을 따라 7km를 거슬러 올라가면 첫 번째 감염지가 나온다. 첫 번째 감염지(1IP)에서는 11월 22일 흰반점병이 발견됐고, 12월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골드 코스트 양식장은 수질관리를 위해 물을 갈아야 했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3주를 기다렸다. 한계에 이르자 흰반점병 검사를 받았고, 22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직원들은 그날부터 로건 강에서 54,450톤의 물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1주일 만에 흰반점병이 발병했다.

흰반점병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해 호주 정부가 쏟아부은 염소는 6백만 리터
12월 29일 저녁부터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작업을 시작했다. 수확도 못 했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 연못에는 바로 염소를 주입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는 긴급 수확에 들어갔다.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이식한 새우여서 겨우 석 달을 키운 셈이었다. 새우를 건진 뒤에는 염소를 5톤씩 쏟아부었다. 골드 코스트는 이후 2년 동안 양식장은 물론 부화장까지 폐쇄했다.


"이국적인 병이 발병했기 때문에 정부는 빠르고 무자비하게 대처했죠.
2016년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해 염소 수백만 리터를 썼습니다."

"손해 금액이 3천만 달러 정도 된다고 해요.
어떤 사람들은 손해액이 더 돼서 5천만 달러까지 손해 봤을 거라고 해요."

- 앨리스터 딕, 호주 골드코스트 새우 양식장 관리자

■ 양식 농어민의 피해와 호주 정부의 대응
퀸즐랜드 주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11월 30일 연방정부에 보고했다. 확진 판정을 발표하기 하루 전이었다. 이날부터 염소 소독을 시작했다. 출입제한 구역도 설정했다. 이후 전염병이 확산하자 새우 이동을 금지하는 조치도 시행했다.

전파경로도 추적했다. 조사는 어미 새우에서 시작된 수직감염부터 생물학 테러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수입 새우, 특히 낚시용 미끼 새우를 감염원으로 지목했다. 인근에서 취미로 낚시하던 사람들이 쓴 미끼 새우에서 흰반점병 바이러스(WSSV)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주정부는 미끼 새우를 통해 WSSV가 로건 강에 유입됐고, 다시 양식장까지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정부에서 확인한 결과 (수입)새우의 60%에서 흰반점 바이러스가 나왔습니다.
수입을 통해 (병원체가) 호주로 들어왔다는 근거는 압도적이었습니다."

- 앨리스터 딕, 호주 골드코스트 새우 양식장 관리자

"슈퍼마켓에서 미끼로 판매한 새우가 흰반점병을 전파했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미끼용 새우에 있던 흰반점병 바이러스가 환경으로 전파되고, 양식장에서 질병을 일으킨 거죠."

- 케로드 비티,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 관계자

호주 연방정부도 질병 통제를 정부의 몫으로 보고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질병 확진 한 달 만에, 익히지 않은 새우 수입을 중단한 게 대표적이다. 흰반점병이 국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문회와 수사를 통해 수입 업체와 관리 책임자를 기소했다. 반년 뒤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는 검역을 대폭 강화했다.

연방정부는 수입중단을 발표할 때쯤 피해 농어민 지원책도 발표했다. 당시 호주 정부 추산 피해 규모는 우리 돈 4백억 원에 달했다. 양식 농어민의 직접 피해만 2백억 원 규모였다. 더불어 양식장에서 일하던 백 2십여 명의 고용 감소가 우려됐다. 이에 호주 정부는 백 5십억 원 정도를 보상하기로 했다. 이 보상금 덕분에 앨리스터 딕을 비롯해 골드 코스트 양식장 직원들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골드 코스트는 2년 만에 새우 양식을 재개했고, 올해 5월 새우 450톤을 수확했다.

■ 카타이 작전과 검역 강화

당시 호주 정부가 발간한 보고서에는 주목할 부분이 있다. 2016년 3월부터 진행한 카타이 작전(Operation Cattai)이다. 수입검역을 교묘하게 우회하는 수입업자를 잡아내는 게 목적이었다.

작전 1단계는 KBS 탐사보도부의 새우 질병 검사와 유사했다. 유통 중인 새우의 안정성에 의문을 갖고 접근했다. 검역관들은 시드니와 멜버른, 브리즈번의 도소매상 30곳에서 조리하지 않은 새우를 구매해 검사했다. 검체는 63개로 60개는 아시아산 흰다리새우, 3개는 호주산으로 추정되는 홍다리얼룩새우였다. 이 가운데 86%인 검체 54개에서 흰반점병 바이러스(WSSV)가 검출됐다. 심지어 WSSV가 나온 검체 중 7개는 양념한 새우였다.

2단계는 검역의 적절성에 의문을 갖고 접근했다. 당시 수입된 컨테이너 중 160개는 기존 방식대로 창고에 풀어놓고 검역했다. 나머지 54개는 컨테이너를 봉인한 상태에서 검역관이 열고 검역했다. 기존 방식으로 검역한 160개 가운데 WSSV가 검출된 건 24개로 15%에 불과했다. 반면, 컨테이너째 검사했더니 54개 가운데 31개에서 WSSV가 나왔다. 부적합 비율이 57%로 기존 방식의 4배 가까이 됐다.

기존 검역방식 실패했던 이유는 수입업자와 검역방식 모두에 있었다. 수입업자들은 검역을 방해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KBS가 추적했던 '커튼 치기'처럼 음성인 검체를 제출하기도 하고, 아예 호주산 새우를 수입새우로 속여 제출한 수입업자도 있었다. 또, 검역관 혼자 영하 20~30도의 냉동 창고에서 30분 남짓 임상검사 하는 방식도 문제였다. 당시 보고서는 최소 2명의 검역관이 4시간 이상 검역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호주 정부는 카타이 작전의 교훈을 바탕으로 검역 규정을 강화했다. 조리하지 않은 활새우와 냉장새우, 냉동새우, 양념새우를 조리하지 않은 새우로 규정하고,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흰반점병 바이러스(WSSV)와 노랑머리병 바이러스(YHV)에 대한 수출검역을 하도록 규정했다. 또, 조리하지 않은 새우는 호주에 수입된 뒤 전량 컨테이너째 WSSV와 YHV 검사를 받도록 했다.


"호주 정부의 검역 담당자가 올 때까지 컨테이너의 봉인을 뜯지 않습니다.
담당자가 오면 그가 직접 봉인을 풀고, 문을 열고, 검체를 수집합니다."

"누구든 마약처럼 무언가 숨기고 싶다면 컨테이너 중간이나 뒤쪽에 숨기겠죠.
(그렇지만,) 검역관들은 모든 상자를 끄집어내 검체를 수집합니다."

- 케로드 비티,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 관계자

■ 검역·방역에서도 '적극행정' 필요

지난 나흘 동안 KBS가 시사기획 창, 9시 뉴스, 디지털 전용기사로 보도한 우리 정부의 대응과 비교하면, 호주 정부의 새우 흑사병에 대한 대응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검역과 방역 책임이 정부에 있고, 발생한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표어로만 '적극행정'을 외칠 뿐이다. 앞선 기사에서 밝혔듯이 정부는 어민 피해가 내리 3년 동안 발생하고 나서야 급성간췌장괴사병을 검역 대상 질병에 지정할 움직임을 보였다. 흰반점병 같은 기존 검역 대상마저도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허점을 드러냈다. 게다가 돌림병이 창궐해도 보상이나 보험이 안 돼 방역의 출발이 되는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외래 질병과 질병의 토착화로 양식 어민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축산 농가와 달리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양식 어가는 '소극행정'만 마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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