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계속되는 비극…지중해 난민 참사

입력 2019.08.21 (20:39) 수정 2019.08.2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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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중해, 누군가에겐 꿈의 휴양지가 있는 바다지만, 누군가에겐 목숨을 걸고 건너야 하는 사투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이야기인데요,

지난주엔 열흘 넘게 표류한 난민 보트에서 한 에티오피아 남성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양민효 특파원! 이 남성이 어떻게 혼자 구조된 거죠? 보트에 동승자들은 없었나요?

[기자]

네, 열 명 넘는 탑승자들이 난민 보트에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38살 에티오피아 출신인 모하메드 오가 씨가 유일합니다.

11일 동안 지중해에서 표류하다가 몰타 해군에 구조됐는데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난민 보트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증언했습니다.

브로커를 통해 리비아에서 출항하는 보트에 몸을 실었는데 자신을 포함해 모두 15명이 배에 탔다고 합니다.

[모하메드/난민보트 생존자 : "트리폴리에서 브로커를 만났는데 700달러를 내라고 하더군요."]

지중해로 출발하면서 유럽에서의 새 삶을 꿈꿨지만 항해는 곧 악몽으로 변했습니다.

연료와 식량이 바닥났고, 바닷물을 마시면서 버텼지만 닷새째부터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매일같이 탑승자 가운데 2~3명씩 숨졌다고 합니다.

강렬한 태양 아래 시신이 부패하고, 일부는 바다에 던져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열하루 새 난민 보트 탑승자 중 모하메드 씨를 제외하고 모두 숨졌습니다.

[앵커]

너무 안타까운데요, 인근 선박이나 순찰선 등에 구조 요청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나요?

[기자]

네, 화면으로 보신 것처럼 이 난민 보트는 2미터 가량의 소형 고무보틉니다.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통신 장비 등이 없죠,

그래서 난민들은 지나가는 배를 보면 필사적으로 소리쳐서 구조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모하메드/난민보트 생존자 : "헬기나 지나가는 배를 향해서 살려달라고 소리쳤어요."]

하지만 주변 선박들은 지나쳐갔고, 결국 열흘 넘게 표류했는데요,

난민들 중엔 임신한 여성도 있었지만 해군에 구조되기 하루 전날 숨졌다고 합니다.

유럽연합 국경관리국이 공개한 구조 영상을 보면 보트에서 발견될 당시 모하메드 씨는 이미 사망한 다른 남성의 시신 위에 실신한 채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극심한 탈수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에티오피아의 반정부단체 소속이었던 모하메드 씨는 자신이 다시 에티오피아로 송환될까 봐 두렵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번 일처럼 난민 보트나, 난민선 참사가 끊이질 않고 있지 않습니까?

상황이 어떤가요?

[기자]

네, 계속되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내전과 정국불안, 빈곤 때문에 유럽행을 감행하는 난민들이 탈출 도중에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민 행렬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난, 침몰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지난달 25일에도 난민 3백 명을 태운 선박 2척이 뒤집혀서 최대 1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올해 지중해에서 발생한 가장 큰 인명사고로 기록됐는데요,

유엔난민기구는 올해 지중해에서 사망한 난민이 이미 6백 명을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난민보트가 대부분 낡고 작은 어선이어서 전복되기 쉽고, 사고가 발생해도 구조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국제 NGO 단체가 난민구조선을 띄워서 지중해를 적극 순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앵커]

하지만, 난민구조선이 유럽으로 입항하는데도 난관이 많지 않습니까?

[기자]

네 유럽의 반 난민 정서로 비교적 가까운 국가들이 입항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가 대표적인데요.

최근 아프리카에서 구조된 난민 80여 명을 태운 채 이탈리아 앞바다에서 대기하던 스페인 구조선 ‘오픈 암스’도 19일 만에야 정박할 수 있었습니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난민선 입항을 거부하면서 스페인 정부와 갈등이 빚어졌는데요.

[마르가리타 로블레스/스페인 국방장관 : "살비니 부총리의 오픈 암스 입항 불허는 인류애를 져버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간 열악한 항해에 지친 난민들이 구조선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이탈리아 검찰이 개입해 남단의 람페두사 섬에 정박했습니다.

하지만 살비니 부총리는 난민구조선이 밀항업자들을 위한 택시가 되고 있다고 비난했고 항구폐쇄 정책을 굽히지 않겠단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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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1 20:40:06
    • 수정2019-08-21 20: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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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누군가에겐 꿈의 휴양지가 있는 바다지만, 누군가에겐 목숨을 걸고 건너야 하는 사투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이야기인데요,

지난주엔 열흘 넘게 표류한 난민 보트에서 한 에티오피아 남성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양민효 특파원! 이 남성이 어떻게 혼자 구조된 거죠? 보트에 동승자들은 없었나요?

[기자]

네, 열 명 넘는 탑승자들이 난민 보트에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38살 에티오피아 출신인 모하메드 오가 씨가 유일합니다.

11일 동안 지중해에서 표류하다가 몰타 해군에 구조됐는데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난민 보트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증언했습니다.

브로커를 통해 리비아에서 출항하는 보트에 몸을 실었는데 자신을 포함해 모두 15명이 배에 탔다고 합니다.

[모하메드/난민보트 생존자 : "트리폴리에서 브로커를 만났는데 700달러를 내라고 하더군요."]

지중해로 출발하면서 유럽에서의 새 삶을 꿈꿨지만 항해는 곧 악몽으로 변했습니다.

연료와 식량이 바닥났고, 바닷물을 마시면서 버텼지만 닷새째부터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매일같이 탑승자 가운데 2~3명씩 숨졌다고 합니다.

강렬한 태양 아래 시신이 부패하고, 일부는 바다에 던져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열하루 새 난민 보트 탑승자 중 모하메드 씨를 제외하고 모두 숨졌습니다.

[앵커]

너무 안타까운데요, 인근 선박이나 순찰선 등에 구조 요청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나요?

[기자]

네, 화면으로 보신 것처럼 이 난민 보트는 2미터 가량의 소형 고무보틉니다.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통신 장비 등이 없죠,

그래서 난민들은 지나가는 배를 보면 필사적으로 소리쳐서 구조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모하메드/난민보트 생존자 : "헬기나 지나가는 배를 향해서 살려달라고 소리쳤어요."]

하지만 주변 선박들은 지나쳐갔고, 결국 열흘 넘게 표류했는데요,

난민들 중엔 임신한 여성도 있었지만 해군에 구조되기 하루 전날 숨졌다고 합니다.

유럽연합 국경관리국이 공개한 구조 영상을 보면 보트에서 발견될 당시 모하메드 씨는 이미 사망한 다른 남성의 시신 위에 실신한 채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극심한 탈수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에티오피아의 반정부단체 소속이었던 모하메드 씨는 자신이 다시 에티오피아로 송환될까 봐 두렵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번 일처럼 난민 보트나, 난민선 참사가 끊이질 않고 있지 않습니까?

상황이 어떤가요?

[기자]

네, 계속되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내전과 정국불안, 빈곤 때문에 유럽행을 감행하는 난민들이 탈출 도중에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민 행렬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난, 침몰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지난달 25일에도 난민 3백 명을 태운 선박 2척이 뒤집혀서 최대 1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올해 지중해에서 발생한 가장 큰 인명사고로 기록됐는데요,

유엔난민기구는 올해 지중해에서 사망한 난민이 이미 6백 명을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난민보트가 대부분 낡고 작은 어선이어서 전복되기 쉽고, 사고가 발생해도 구조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국제 NGO 단체가 난민구조선을 띄워서 지중해를 적극 순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앵커]

하지만, 난민구조선이 유럽으로 입항하는데도 난관이 많지 않습니까?

[기자]

네 유럽의 반 난민 정서로 비교적 가까운 국가들이 입항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가 대표적인데요.

최근 아프리카에서 구조된 난민 80여 명을 태운 채 이탈리아 앞바다에서 대기하던 스페인 구조선 ‘오픈 암스’도 19일 만에야 정박할 수 있었습니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난민선 입항을 거부하면서 스페인 정부와 갈등이 빚어졌는데요.

[마르가리타 로블레스/스페인 국방장관 : "살비니 부총리의 오픈 암스 입항 불허는 인류애를 져버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간 열악한 항해에 지친 난민들이 구조선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이탈리아 검찰이 개입해 남단의 람페두사 섬에 정박했습니다.

하지만 살비니 부총리는 난민구조선이 밀항업자들을 위한 택시가 되고 있다고 비난했고 항구폐쇄 정책을 굽히지 않겠단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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