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표현의 자유?…그 대가는 감옥행

입력 2019.07.19 (10:49) 수정 2019.07.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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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치, 경제적 혼란에 생활고까지 겹친 베네수엘라인들에게 또하나, 닥친 두려움이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없을만큼 인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건데요.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 화요일 밤, 굳게 닫혔던 베네수엘라 감옥 문이 열리고 석방된 여성이 달려와 가족들 품에 안깁니다.

[카렌 팔리시오스 : "엄마! 전 이제 자유예요, 자유!"]

6주 동안 감옥 생활을 한 이 여성은 안도의 눈물을 펑펑 흘렸는데요.

카렌은 국립 교향악단의 클라리넷 수석 연주자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일자리를 잃었고, 소셜미디어에 마두로 정부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웬 낯선 사람 2명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대통령궁에서 교향악단 문제와 관련해 면담을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디스 페레즈/엄마 : "그들은 교향악단 일로 딸과 면담을 원한다고 했어요. 딸이 구금되거나 감옥에 가게 될 거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그저 면담할 거라고만 했었죠."]

그러나, 그녀가 당도한 곳은 대통령궁이 아닌 군 감옥이었습니다.

[주디스 페레즈/엄마 : "그들이 경찰이란 것을 알았을 때 딸이 울며 '엄마 미안해'라고 소리쳤어요. 딸이 올린 항의 글 때문이란 것을 안 거죠."]

갑자기 눈앞에서 잡혀간 딸, 엄마는 당혹스럽고 두려운 상황에 망연자실할 뿐이었는데요.

[주디스 페레즈/엄마 : "딸을 변호할 수 없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딸이 받은 혐의는 베네수엘라 '반 증오법' 위반이었습니다.

'반 증오법'은 2017년 마두로 정부에 충성하는 여당에서 통과시킨 법입니다.

사회 폭력이나 증오를 조장하는 모든 매체를 규제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하면, 최고 징역 20년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야권과 국제사회는 반 증오법이 탄압을 위한 수단이라며 비판해왔는데요.

지난해에는 마두로 대통령을 당나귀에 비유한 동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소방관 2명과 식품 부족 사태에 항의한 남녀가 반 증오법 위반으로 체포된 바 있습니다.

인권단체는 이번 카렌의 투옥은 최악에 달한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알프레도 로메로/변호사 : "이번 사례와 더불어 모든 정치적 수감자들의 사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사회 압박으로 그들은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베네수엘라에서는 만 5천 명 이상이 정치적인 이유로 체포 또는 투옥됐습니다.

그중 올해 구금된 사람만 2천 명에 달하는데요.

[호세 미구엘 비반코/휴먼라이츠워치 미국 지국 이사 : "(정치범들이) 베네수엘라 법원에 계속 기소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법원은 마두로 독재정권으로부터 조금의 독립성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달엔 마두로 대통령 암살 기도 혐의로 체포된 해군 대위가 수감 8일 만에 사망해 고문에 의한 살해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습니다.

유엔 인권대표는 베네수엘라의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며 최악의 인권 상황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미첼 바첼레트/유엔 인권 최고대표 :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과도하고 치명적인 폭력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초법적인 살해로 여겨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반드시 가해자의 책임을 묻고,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충분히 조사해야 합니다."]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그런 고통을 호소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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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표현의 자유?…그 대가는 감옥행
    • 입력 2019-07-19 10:53:45
    • 수정2019-07-19 11:11:48
    지구촌뉴스
[앵커]

정치, 경제적 혼란에 생활고까지 겹친 베네수엘라인들에게 또하나, 닥친 두려움이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없을만큼 인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건데요.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 화요일 밤, 굳게 닫혔던 베네수엘라 감옥 문이 열리고 석방된 여성이 달려와 가족들 품에 안깁니다.

[카렌 팔리시오스 : "엄마! 전 이제 자유예요, 자유!"]

6주 동안 감옥 생활을 한 이 여성은 안도의 눈물을 펑펑 흘렸는데요.

카렌은 국립 교향악단의 클라리넷 수석 연주자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일자리를 잃었고, 소셜미디어에 마두로 정부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웬 낯선 사람 2명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대통령궁에서 교향악단 문제와 관련해 면담을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디스 페레즈/엄마 : "그들은 교향악단 일로 딸과 면담을 원한다고 했어요. 딸이 구금되거나 감옥에 가게 될 거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그저 면담할 거라고만 했었죠."]

그러나, 그녀가 당도한 곳은 대통령궁이 아닌 군 감옥이었습니다.

[주디스 페레즈/엄마 : "그들이 경찰이란 것을 알았을 때 딸이 울며 '엄마 미안해'라고 소리쳤어요. 딸이 올린 항의 글 때문이란 것을 안 거죠."]

갑자기 눈앞에서 잡혀간 딸, 엄마는 당혹스럽고 두려운 상황에 망연자실할 뿐이었는데요.

[주디스 페레즈/엄마 : "딸을 변호할 수 없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딸이 받은 혐의는 베네수엘라 '반 증오법' 위반이었습니다.

'반 증오법'은 2017년 마두로 정부에 충성하는 여당에서 통과시킨 법입니다.

사회 폭력이나 증오를 조장하는 모든 매체를 규제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하면, 최고 징역 20년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야권과 국제사회는 반 증오법이 탄압을 위한 수단이라며 비판해왔는데요.

지난해에는 마두로 대통령을 당나귀에 비유한 동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소방관 2명과 식품 부족 사태에 항의한 남녀가 반 증오법 위반으로 체포된 바 있습니다.

인권단체는 이번 카렌의 투옥은 최악에 달한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알프레도 로메로/변호사 : "이번 사례와 더불어 모든 정치적 수감자들의 사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사회 압박으로 그들은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베네수엘라에서는 만 5천 명 이상이 정치적인 이유로 체포 또는 투옥됐습니다.

그중 올해 구금된 사람만 2천 명에 달하는데요.

[호세 미구엘 비반코/휴먼라이츠워치 미국 지국 이사 : "(정치범들이) 베네수엘라 법원에 계속 기소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법원은 마두로 독재정권으로부터 조금의 독립성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달엔 마두로 대통령 암살 기도 혐의로 체포된 해군 대위가 수감 8일 만에 사망해 고문에 의한 살해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습니다.

유엔 인권대표는 베네수엘라의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며 최악의 인권 상황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미첼 바첼레트/유엔 인권 최고대표 :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과도하고 치명적인 폭력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초법적인 살해로 여겨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반드시 가해자의 책임을 묻고,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충분히 조사해야 합니다."]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그런 고통을 호소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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