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사원 지켜라!…사라지는 태국 해변

입력 2019.12.14 (22:01) 수정 2019.12.1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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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0년전 멀쩡했던 해안 마을이 바닷물에 잠기고 마을 중간에 있던 불교 사원도 마치 섬처럼 변했습니다.

해수면 상승과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해안 침식 현상 때문인데요.

태국도 해안의 4분의 1이 침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해안 침식을 막고 해변을 되살리려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요.

방콕에서 유석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방콕에서 남쪽으로 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한 해변마을.

바다에 둘러싸여 마치 섬처럼 보이는 불교 사원이 있습니다.

태국 사람들은 바다에 떠있는 것 같다고 해서 '떠있는 사원'이라고 부릅니다.

지을 때는 마을 한가운데 있었지만 해안 침식으로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면서 섬처럼 변했습니다.

사원 앞에 세워졌던 전봇대는 이제 바다 한가운데 남아 있습니다.

[솜누억 아띠빤요/사원 주지스님 : "전에는 저 (바다)쪽에 마을과 학교가 있었죠. 해안침식이 계속되면서 마을과 학교가 옮겨가고 이제 사찰만 바다 가운데 남아 있어요."]

들어오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바다 쪽으로 방파제를 쌓았지만 이미 사원 건물 곳곳에 물이 차고 있습니다.

과거에 지었던 사원 건물들은 물이 수십 센티미터씩 차 있습니다.

어쩔수없이 2,3미터씩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새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이곳은 사원 본당으로 쓰던 건물인데요.

건물 아래부분이 바닷물에 잠기면서 지금은 뒤쪽으로 새로운 본당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은 바닷물을 피해 육지 쪽으로 이사를 했지만 주지스님은 사원을 계속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 사원까지 옮겨가고 바닷물이 차면 나중에 이곳에 마을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혀질 것이라는게 사원을 옮기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솜누억 아띠빤요/사찰 주지스님 : "(사원을 옮기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괘념치 않습니다. 아직은 버틸 수 있어요. 모두가 나가면 언론에서도 이 상황을 알 수가 없잖아요."]

해안선이 마을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약 30년 전.

지금은 5백미터 안쪽까지 해안선이 후퇴했습니다.

마을 안에 있던 도로는 거의 물에 잠겨 수상도시처럼 변했습니다.

마을 안을 돌아다닐 땐 차가 아닌 배를 타야 합니다.

집도 물 위에 짓는 수상가옥 형태가 많아졌습니다.

학교도 육지 쪽으로 몇차례 옮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지은 이 학교 건물도 물이 차는 것을 막기 위해 지면에서 위로 기둥을 세우고 지었습니다.

해안 침식으로 바닷물이 점점 들어오면서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마을 인구가 천 명 이상 됐지만 지금은 4백 명 이하로 줄었습니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계속 육지쪽으로 이사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위사누/마을 이장 : "해안 침식 때문에 3~4년에 한번씩 집을 옮겨요. 마을 어떤분은 11번까지 옮겼고, 저는 3번 이사했습니다."]

해안 침식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도시화와 해안 개발 때문입니다.

태국에서는 전체 해안선의 4분의 1인 약 700㎞가 심각한 침식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전세계적으로 최근 30년 동안 해안 침식으로 사라진 해변이 서인도제도의 아이티 면적 만큼이나 됩니다.

해안에 광범위하게 펼져져 있던 자연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해안 침식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위사누/마을 이장 : "전에는 여기에 맹그로브 숲이 많았어요. 해안 침식으로 맹그로브 숲이 줄고 숲이 줄어드니까 침식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바닷물 속에서도 잘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는 파도에 의한 토양 침식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맹그로브 숲은 새우 양식장과 염전 개발, 호텔 건축 등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손짜이 하와논/태국 해양해안자원부 고문 : "1987년부터 맹그로부 숲이 아주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그 자리를 새우 양식장이 차지했습니다."]

유엔과 태국 정부 조사결과 1961년부터 2000년 사이 태국 해안에 있던 맹그로브 숲의 3분의 1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맹그로브 숲을 보존하고 되살리기 위해 태국 해안 곳곳에서는 맹그로브 나무 심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대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허리까지 빠지는 갯벌에서 어린 맹그로브 묘목을 심고 있습니다.

[핑키/대학생 자원봉사자 : "이 나무들이 해안을 살릴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나무들 심지 않으면 더 많은 해변이 없어질 겁니다."]

대대적인 맹그로브 나무 심기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당 부분 사라진 숲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린야/맹그로브 나무심기 자원봉사자 : "어느 한 사람, 한 마을의 책임이 아니라 환경을 지켜야 하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기후 변화와 개발 후유증으로 사라져 가는 해안을 되살리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태국 방콕에서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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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사원 지켜라!…사라지는 태국 해변
    • 입력 2019-12-14 22:22:18
    • 수정2019-12-14 22: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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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0년전 멀쩡했던 해안 마을이 바닷물에 잠기고 마을 중간에 있던 불교 사원도 마치 섬처럼 변했습니다.

해수면 상승과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해안 침식 현상 때문인데요.

태국도 해안의 4분의 1이 침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해안 침식을 막고 해변을 되살리려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요.

방콕에서 유석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방콕에서 남쪽으로 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한 해변마을.

바다에 둘러싸여 마치 섬처럼 보이는 불교 사원이 있습니다.

태국 사람들은 바다에 떠있는 것 같다고 해서 '떠있는 사원'이라고 부릅니다.

지을 때는 마을 한가운데 있었지만 해안 침식으로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면서 섬처럼 변했습니다.

사원 앞에 세워졌던 전봇대는 이제 바다 한가운데 남아 있습니다.

[솜누억 아띠빤요/사원 주지스님 : "전에는 저 (바다)쪽에 마을과 학교가 있었죠. 해안침식이 계속되면서 마을과 학교가 옮겨가고 이제 사찰만 바다 가운데 남아 있어요."]

들어오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바다 쪽으로 방파제를 쌓았지만 이미 사원 건물 곳곳에 물이 차고 있습니다.

과거에 지었던 사원 건물들은 물이 수십 센티미터씩 차 있습니다.

어쩔수없이 2,3미터씩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새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이곳은 사원 본당으로 쓰던 건물인데요.

건물 아래부분이 바닷물에 잠기면서 지금은 뒤쪽으로 새로운 본당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은 바닷물을 피해 육지 쪽으로 이사를 했지만 주지스님은 사원을 계속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 사원까지 옮겨가고 바닷물이 차면 나중에 이곳에 마을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혀질 것이라는게 사원을 옮기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솜누억 아띠빤요/사찰 주지스님 : "(사원을 옮기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괘념치 않습니다. 아직은 버틸 수 있어요. 모두가 나가면 언론에서도 이 상황을 알 수가 없잖아요."]

해안선이 마을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약 30년 전.

지금은 5백미터 안쪽까지 해안선이 후퇴했습니다.

마을 안에 있던 도로는 거의 물에 잠겨 수상도시처럼 변했습니다.

마을 안을 돌아다닐 땐 차가 아닌 배를 타야 합니다.

집도 물 위에 짓는 수상가옥 형태가 많아졌습니다.

학교도 육지 쪽으로 몇차례 옮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지은 이 학교 건물도 물이 차는 것을 막기 위해 지면에서 위로 기둥을 세우고 지었습니다.

해안 침식으로 바닷물이 점점 들어오면서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마을 인구가 천 명 이상 됐지만 지금은 4백 명 이하로 줄었습니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계속 육지쪽으로 이사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위사누/마을 이장 : "해안 침식 때문에 3~4년에 한번씩 집을 옮겨요. 마을 어떤분은 11번까지 옮겼고, 저는 3번 이사했습니다."]

해안 침식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도시화와 해안 개발 때문입니다.

태국에서는 전체 해안선의 4분의 1인 약 700㎞가 심각한 침식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전세계적으로 최근 30년 동안 해안 침식으로 사라진 해변이 서인도제도의 아이티 면적 만큼이나 됩니다.

해안에 광범위하게 펼져져 있던 자연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해안 침식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위사누/마을 이장 : "전에는 여기에 맹그로브 숲이 많았어요. 해안 침식으로 맹그로브 숲이 줄고 숲이 줄어드니까 침식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바닷물 속에서도 잘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는 파도에 의한 토양 침식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맹그로브 숲은 새우 양식장과 염전 개발, 호텔 건축 등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손짜이 하와논/태국 해양해안자원부 고문 : "1987년부터 맹그로부 숲이 아주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그 자리를 새우 양식장이 차지했습니다."]

유엔과 태국 정부 조사결과 1961년부터 2000년 사이 태국 해안에 있던 맹그로브 숲의 3분의 1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맹그로브 숲을 보존하고 되살리기 위해 태국 해안 곳곳에서는 맹그로브 나무 심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대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허리까지 빠지는 갯벌에서 어린 맹그로브 묘목을 심고 있습니다.

[핑키/대학생 자원봉사자 : "이 나무들이 해안을 살릴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나무들 심지 않으면 더 많은 해변이 없어질 겁니다."]

대대적인 맹그로브 나무 심기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당 부분 사라진 숲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린야/맹그로브 나무심기 자원봉사자 : "어느 한 사람, 한 마을의 책임이 아니라 환경을 지켜야 하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기후 변화와 개발 후유증으로 사라져 가는 해안을 되살리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태국 방콕에서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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